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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화려한 겉치레보다는 본질에 충실한 곳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느껴지는 묵직한 웍소리와 공기를 데우는 불향. 그 소란스러움이 오히려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곧이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그릇이 놓인다. 고려짬뽕의 국물은 기교를 부리지 않는다. 첫 입은 강렬한 불맛이 치고 들어오지만, 끝맛은 텁텁함 없이 깔끔하다. 마치 우리네 인생 같다. 요란하고 정신없는 하루를 보낸 것 같아도, 돌아보면 그 안에 소소한 개운함이 남아있는 것처럼.

그릇의 바닥이 보일 때쯤, 비로소 주변 사람들의 표정이 눈에 들어온다. 가족끼리 와서 탕수육을 나눠 먹는 웃음소리, 해장하러 온 직장인들의 안도하는 한숨 소리. 모두가 이 따뜻한 그릇 앞에서 잠시 무장을 해제하고 ‘사람 냄새’를 풍기고 있다.
우리는 늘 멀리 있는 목표를 보며 달린다.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확실한 온기를 채우는 일이 필요하다. 주식은 파는 것이 아니라 모으는 것이라 했던가. 어쩌면 행복도 거창한 성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이런 소소한 맛의 기억들을 하나하나 모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식당 문을 나서니 겨울바람이 차다. 하지만 속이 든든하니 더 이상 춥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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